10+n년 전 얘기

원래 네이버 블로그에 썼던 글인데. 여기에도 올려봄. 이렇게까지 내 얘기를 온라인에 한 건 무지 오랜만이네.


최근에 당근이 ‘당신의 근황’의 줄임말이란 걸 알았다. 대충 ‘일기’의 대체어로 사용되는 듯 하다. 나도 이제 당근이라고 해야지.

이번 주도 바쁘게 지내고 있고 기억에남는 특별한 일이 없음. 음… 직장에서도 큰 일이 없고. 정말 이렇게 순탄하게 살아도 되는 것인가. 정혈기간이 다가옴에도 딱히 감정이 격해지는 것도 없고. 물론 이건 아직 지옥의 토요일(난 토욜이 젤 바쁘고 빡침)을 안 보내서 그런 걸수도 있지만. 아니다. 적은 김에 미리 릴렉스하자.

암튼 최근엔 넷플릭스에서 <카메론 포스트의 잘못된 교육>이라는 영화를 봤다. 꼴보수 기독교 집안에서 자란 레즈비언인 주인공(클레이 모레츠)이 동성애자 치료 센터ㅋㅋㅋㅋ에 입소한 후 겪는 일에 대한 영화인데. 재미가 없는 건 아니었지만… 이거 넘 <하지만 난 치어리더에요>를 걍 좀 우울하게 만든 영화라 그저 그랬다;;; 좀 오마쥬 같기도 함. 그런데 난 치어리더 쪽이 훨씬 더 좋았다. 이 영화를 본 상황도 그렇고 영화 자체도 그렇고.

그러고보니 난 <하지만 난 치어리더에요> 이걸 대학교 1학년 때, 학교 페미니즘 동아리에서 레즈비언 관련 강의에 갔다가 본 거였다. 대략 10+n년이 지났는데 이걸 아직도 기억하다니. 그 날은 꽤 기억에 남는다. 사람이 많진 않았는데 이 영화를 보고 레즈비언 페미니스트 분이 레즈비언으로서의 삶에 대해 간단히 얘기해 주셨던 기억이 난다. 질답 형식의 강의였는데. 질문이 뭐였는지 생각이 안 나지만 한국의 헤녀 우정에 대해서도 얘기가 나왔었고ㅋㅋㅋ 실제 헤테로 커플도 몇 있고 해서 질문은 먼가… “레즈에 대해 궁금한 일반인”스러운 게 많았고 대답도 일반인에게 알려주는 그런 분위기였다.

내가 왜 그 강의를 갔었을까? 정작 그 때 난 스스로 레즈라고 확신하지도 않았는데. 그 이후 좀 더 용기를 내서 나에 대해 관심을 가졌더라면 정체화가 좀 더 빨랐을까? 예나 지금이나 어디에 속하는 걸 좋아하지 않다 보니 혼자서 페미하고 지금도 혼자 레즈 중인데(연애 중이 아니란 말입니다 오해금지) 그 때 좀 더 관심을 가지고 강의도 찾고 동아리에도 들고 그랬으면 좋았을까 싶기도 하고. 헉 왜 갑자기 여기까지 얘기가 진행됐지?

그나저나 아직도 그 떄 강의해 주신 분 성함이 내 기억엔 박ㅅㅈ이라는 분이었는데(아닐 수 있음 주의) 검색해 보니까 동명의 레즈비언 연구가가 계시긴 하던데 동일인물인진 모르겠다. 아무튼 10년이 훨~~~씬 넘었는데(사실 20년에 가까움) 그 때 강의 잘 들었답니다. 그 때 강의 를 듣던 신입생은 아주 오랫동안 퀘스쳐너리로 살다가 이제사 정체화를 하고 늙은 레즈가 되어 이 글을 쓰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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