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이하 하말넘많)은 내가 처음으로 구독한 여성주의를 표방하는 유튜브 채널이다. 백래시가 거센 현재, 얼굴을 드러내고 3년 넘게 꾸준하게 여성을 위한 미디어를 만들고 있는 하말넘많 채널에게 느끼는 감정은 일방적일 수 있는 ‘동료애’ 및 ‘감사함’이다.(그리고 약간의 부채감) 영상으로만 접했던 그들의 책이 나온다니 뒤도 돌아보지 않고 구입했고 운 좋게 강민지님 싸인본을 받게 되었다.

책은 총 4파트로, 서솔님, 강민지님이 번갈아 가며 쓴 35개의 챕터들로 구성되어있다. 영상을 통해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던 두 분의 학창 시절 이야기나 비혼을 하는 이유, 채널에서 여러 기획을 하며 겪은 일들, 느낀 점, 결심 등에 대해 쓰여 있다. 뿐만 아니라 두분이 채널을 운영하면서 본인들도 영향을 받아 점점 달라지는 부분에 대해서도 적혀 있다. 특히 여성 경제와 관련된 컨텐츠를 진행하면서, 그동안 YOLO에 가까운 생활을 해오던 두 분이 경제 관념을 재점검하고 소비 습관을 고쳐나가며 전세를 구하는 얘기는 정말 동질감이 크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그리고 책을 보면서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바로 여성들 간의 연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책에서 기억에 남는 부분은 “둘이 아니었으면 하기 힘들었을 거라는 부분, 그러면서도 서로를 지탱하기 위해 정서적으로 분리가 필요하다”는 부분이었다.

아마 많은 여성주의자들이 “빨간 약”을 먹은 이후 인간관계에 회의가 생기거나, 가치관이 맞지 않는 친구/가족과의 트러블을 겪었을 것이다.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만으로 외부의 공격을 받고 있는 현재, 가치관이 맞는 사람이 주변에 없다는 외로움은 분명히 사람을 약하게 만드는 요소이다.(하말넘많님들도 작년에 크게 겪으셨다..) 그렇기에 이미 비혼메이트를 찾은 하말넘많 두 분을 부러워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책에서는 여성 간의 연대의 중요성에 대해 말하는 동시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수도 있을 독자들에 대한 위로도 잊지 않는다.

최근 백래시가 거세지고 있다. 손가락 모양만으로 ‘메갈’로 단정짓고 테러를 한다거나, 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운 정치인이 나온다거나, 여성 전용 도서관에 대해 무려 다른 곳도 아닌 인권위가 “남자 차별”이라고 한다거나, 남의대생이 실종된 일에는 온 국민이 뒤집어지더니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발견된 알몸의 여성 시체에 대해서는 “자살”로 종결된다거나.. 이루 말할 수 없을만큼 여성혐오가 겉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런 때 하말넘많의 책은 꼭 필요한 시기에 나왔고 많은 여성들에게 위로와 큰 힘을 줄 것이다.

하말넘많 유튜브 채널
하말넘많 책 발매 기념 마리끌레르 인터뷰 링크
하말넘많 책 발매 기념 공원생활 인터뷰 영상

서솔과 내가 지치지 않고 서로를 의지하며 일을 해온 것처럼 다른 여성들에게도 그런 동료가 생겼으면 했다. 그렇게 우리의 토크 콘서트가 지역 여성들의 고립감을 조금이라도 해소할 수 있기를 염원했다.

그날 이후, 건방지지만 계속해서 여자들을 살리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

적은 예산을 들이길 선호하는 나의 성향은 늘 어떤 상황 앞에 돈과 경험의 가치를 저울질하게 했다. (중략) 그래서 어렵더라도 내 미래를 위해 조금씩 비상금을 만들어 두기 시작했다. 돈 몇 푼 때문에 큰 가치를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

그러나 세상에 여성들을 위한 더 많은 선택지가 있음을, 이런 삶도 있음을 알려줄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자 하는 의는 변하지 않았다.

“여자는 원래 그런 거야.”라고 정해진 원칙 따위는 없다는 것을, 앞으로도 이야기 할 수 있었으면 한다.

일단 하기로 마음먹었으면 해보자는 것. 그리고 열심히 해보자는 것. 앞으로 남은 긴 인생에서 이 단순한 문장을 놓치지 않는다면 어떤 새로운 일도 두려울 게 없을 것이다.

비슷한 일이 또 닥쳤을 때 서로의 고통에 너무 몰입하지 않기 위해. 한 명이 쓰러졌을 때 다른 한 명은 그의 버팀목이 되어주어야 하기에.

국가는 여성을 계속해서 가난한 상태로 방치시키면서까지 이뤄내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이제는 그 답을 알 것도 같다.

이제 도피처는 필요 없다. 뿌리내릴 안식처가 필요할 뿐이다. 어디에도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로 오랜 시간 방황했으니 이제는 내가 발 디디고 있는 이곳에 뿌리를 내릴 차례였다.

“여성으로 태어나서 적당한 곳에 취직하고 회사 생활하다가 적당히 퇴직하고 평범하게 하는 것 자체가 미션입니다. 이 사회에 뿌리내리고 버텨보겠다는 생각 자체가 야망 없이 일워내기 어려운 문장이에요.”

누군가에게 욕망의 대상이 되는 게 아니라, 스스로의 욕망을 찾아 나설 수 있게 됐다. 페미니즘이 선물한 ‘꾸미지 않을 자유’ 덕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