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상에서 평이 좋기에 허휘수의 “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와 함께 구입하였다. “당연한 것을~” 서평에도 적었던 것이지만 난 에세이를 거의 읽지 않는다. 하지만 허새로미님의 이 책을 읽은 후 나의 에세이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게 되었다. 너무 진부한 표현이겠지만 나와 비슷한 일을 겪은 사람의 경험담을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공감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위로가 된다는 사실을 이제야 느꼈달까.

책의 초반에는 작가가 처음 가족을 떠나는 계기에 대해 적혀 있다. 남(자)들이 보면 정말 별 것도 아닌 일일 수도 있지만 왜 작가님이 그 때 가족과 척을 지게 될 생각을 했는지 너무나 잘 이해했다. 책의 초반은 작가님과 가족, 특히 어머니와의 에피소드들이 나오는데 나와 엄마의 관계와 너무 닮아서 읽는 것이 매우 고통스러웠다. “여자들의 별 것 아닌 싸움”을 방관하는, 딸의 고통을 “피해의식”으로 치부하는 없느니만 못한 남자들의 존재 역시 나의 가족에도 있었고. 이 초반 덕분에 화가 나서 책을 덮은 적도 여러번이었다.

하지만 너무 감정이입이 되어서 고통스러울 정도였던 초반이 지나면 작가님이 원 가족의 집을 나온 이후 고군분투하며 진정한 독립을 이루는 이야기, 일 이야기, 집 이야기, 새로 만난 뜻이 맞는 친구들 이야기, 그리고 사랑하는 개들의 이야기가 나온다.독립을 하는 도중 겪으셨던 여러 부당한 일들을 극복하고 온전히 한 개인/여성으로서 자립하고자, 안전한 공동체를 구축하고자 하는 작가님의 노력을 읽다 보면 같은 비혼주의자로서 희망을 느끼게 된다.

아직 난 엄마와 살고 있으니 독립한 사람은 아니다. 난 엄마와의 관계가 (누구나 그렇듯) 복잡하고 아직도 정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상태이다. 난 엄마가 죽은 이후의 삶, 즉 정말로 물리적으로 “혼자”가 되었을 때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을 가지고 있는데 이 책은 정말 나에게 큰 위로를 주었다. 그저 책을 읽었을 뿐인데 상담을 받은 기분이다. 나처럼 아직 정서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비혼 여성이라면 꼭 한번 읽기를 권한다. 다 읽은 후에는 큰 희망을 느끼게 될거라고, 불안감이 어느 정도는 해소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에겐 아직까진(현재 6월 말) 2021년 베스트 책이다. 아마 어지간해서는 변하지 않을 것 같다.

다음은 책을 읽으면서 좋았던 구절을 옮긴 것이다. 마음에 드는 구절이 더 많았는데 책을 읽는 중반부터 정리하기 시작하여 초반 부분은 없는 것이 아쉽다. 다음에 재독하게 되면 그 때 또 추가해야겠다.

나한테 개소리를 하면, 조금이라도 낌새가 이상하면 뒤에서 운전대 잡은 자의 목을 조를 것이다. 도로 위에서 같이 죽더라도 나만 쥐도 새도 모르게 죽어 어디 토막으로 파묻히지는 않을 것이다.

혼자가 된다는 데에는 뭔가 상처를 후벼 파는 데서 오는 것 같은 쾌감이 있다. 내가 두려워하던 것이 이거구나, 결국 혼자가 되었구나, 하지만 나는 아직 살아 있구나 하는 것.

여자들에게 ‘너를 해치지 않는 대가를 내놔’라고 말하지 않는 공동체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곳은 점점 더 빨리 붐비고 있다. 우리는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아주 신나는 일이다.

내가 울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술을 먹었기 때문에, 내가 씨발놈아 좆같은 새끼야 큰 소리로 욕하는 여자이기 때문에, 분노하는 여자이기 때문에. 그러나 나는 그렇게 해서 내가 살아남았다고 확신한다.

세월이 이만큼 지나 여자들로 서로 벽돌이 되어, 우리를 보호하는 성벽을 쌓는 게 가능하다는 걸 알았다. 그 체계가 가장 안전하는 것을 알았다. 옳은 그룹을 만나면 가족이 전원 마동석으로 구성된 것보다 안전하게 느낀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부터 우리는 함께 살아남아 죽은 여자들과 산 여자들에게 증인이 될 것이다. 나는 그 어떤 정의로운 남자도 이 싸움을 이해하지 못할 것을 안다. 나는 종래에는 그들이 모두 자기 자신의 편임을 안다. 나에게는 여자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