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퀸스 갬빗을 다 봤다!!

5화까지였나 신나게 달리다가 해리가 베스의 안정제를 발견한 장면 이후부터 보다 말았었다. 왜냐면 그 뒤에 닥쳐올 갈등을 보기가 싫어서 ㅋㅋㅋ… 그래도 일단 그 장면들을 무사히 넘기고(다행히 해리는 나쁜 새끼가 아니었다) 끝까지 정주행 완료!

고독한 천재가 파멸을 향해 달려간다는 설정부터 매력적으로 느껴지면서도 기 빨릴까봐 걱정되었는데 생각보다 피곤한 장면은 많지 않다. 원작이 있는 미니시리즈라서 그런지 시즌제 드라마와 달리 강약 조절이 아주 잘 되어 있기도 하고, 선정적으로 파멸을 그리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주인공이 멀쩡(?)하다. 매우 고독하긴 하지만, 타고난 재능과 매력 때문에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주위에 친구가 많아서 늪에 빠져도 다들 도와주고, 본인도 천재답게 잘 빠져나온다.

그리고 제작진은 자기 자신과 고독하게 싸우면서 성장하는 주인공이 엄청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기 위해서 정말 아주 최선을 다 했다. 애초에 캐릭터도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캐릭터인데 외적인 면에서도 이 원탑 주인공을 위해 모든 것을 총 동원했다. 베스가 입고 나오는 갖가지 화려한 의상과 헤어스타일, 체스 대회가 열리는 장소 선정 등, 눈호강 그 자체이다. 무엇보다도 베스를 연기한 배우가 아주 배역에 찰떡 그 자체. 드라마 밖에서 보니까 그렇게 매력적으로 보이는 배우는 아닌데(ㅈㅅ) 드라마 안에서는 스타일링과 뛰어난 연기, 외모 삼박자가 모두 잘 맞음. 솔직히 이 배우가 이 캐릭터만큼 잘 어울리는 배역을 맡을 수 있을까 살짝 걱정이 될 정도였다.

THE QUEEN’S GAMBIT (L to R) ANYA TAYLOR as BETH HARMON in THE QUEEN’S GAMBIT. Cr. CHARLIE GRAY/NETFLIX © 2020

대망의 마지막화의 경우, 언제나 혼자서 고독하게 싸워온 베스를 친구들이 모두 힘을 모아 도와주는 장면은 조금 너무 미국식 감동 스토리 느낌이 나긴 하지만 장면이 의도한 점은 마음에 든다. 다만 조금 더 감정을 쌓았으면 좋았을텐데. 그리고 마지막은 베스만의 천재성으로 난관을 해쳐나가는 장면이 나와서 원탑 주인공의 자존심을 지킨다. 마지막 경기 연출은 액션 장면도 아니고 휘황찬란한 장면도 아니지만 긴장감이 절로 느껴지는 뛰어난 연출이었다.

마지막으로 페미니즘 적인 면에서 본다면(내가 그렇게 보고 싶다는데 시비ㄴㄴ^^), 여성 서사도 맞고, 페미니즘적인 메시지도 적당히 섞여 있긴 하다고 생각하지만, 한계는 뚜렷하다. 나처럼 기대하고 봤다가 그 점에 대해서는 약간 실망할 수도 있다. 그거 말고 재밌는 부분이 워낙에 많아서 나한텐 2020 NO.1 드라마이긴 하지만. 요즘에는 너무나 당연한 “인종차별을 하지 맙시다”같은 메세지 조금 섞었다고 “인종차별에 대항한 작품!!”이라고 불러주지 않는 것과 같다. 감독의 전작이 “그 땅에는 신이 없다” 인데, 이 작품과 시대만 다를 뿐 정말 쌍둥이 같은 드라마임ㅋㅋ 감독이 강하고 고독한 여캐 취향인 것 만은 잘 알겠다.

아무튼 후반부 갈등이 조금 너무 잘 풀리는 감이 있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매우 재미있고, 눈호강 하는 드라마임에는 분명하다. 추천 땅땅땅.

평가: 4.5/5

(*) 그리고 뭔 시즌2 만들 수도 있다는데 미국놈들아 제발 그러지 말아주세요ㅗ